정부·지자체 세수 감소 전망에 '세목 확대' 외치는 지자체들1분기 국가세수 39조 감소, 지방세수도 2조2천억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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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격적인 감세 정책과 경기 악화에 따른 지방세 징수 실적 감소 등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재정 압박이 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전국 시·도 지자체의 경우 경기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세입이 점차 감소하면서, 재정 긴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최근 지자체들은 세입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른바 무자녀세, 반려동물 보유세, 친환경차 주행거리세 등 신규 지방세 도입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헌법 제38조에 명시된 '조세 법률주의'에 따라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세목을 늘릴 수 있는 권한이 없는 만큼, 국회와 정부의 협조가 필수다.
그러나 지자체 세목 확대에 대한 여론은 확연하게 갈린다. 지자체의 세입 부족분을 채우려면 세목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증세 옹호론과 지자체들이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도 없이 증세에만 기대려 한다는 증세 불가론이 교차한다.
비어가는 국고·지방고...1분기 지방세 징수 전년比 8.7% 감소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 들어 국세와 지방세가 동반 침체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무려 39조7000억 원이 덜 걷혔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올 하반기에도 뚜렷한 경기 회복 시그널이 없다면 이같은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기업 실적 악화와 코로나19 세제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감소 폭이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국고가 쪼그라들면서, 지자체들도 허리띠를 졸라 메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자체로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가 급감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올해 국가 예산으로 책정된 지방교부세는 전년 대비 15.7% 늘어난 75조3000억 원 규모지만 내년 지방교부세의 경우 큰 폭으로 축소 편성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전국 지자체의 지방세 징수 실적이 지난해보다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지방세 총수입은 23조6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조2000억 원(8.7%)가량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 위축과 자산시장 부침으로 인해 취득세와 지방소득세가 각각 1조9000억 원, 2000억 원씩 줄은 결과라는 게 행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지방세 수입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세종시다. 세종시의 올 1분기 지방세 수입은 1749억 원으로, 전년(2216억 원) 대비 무려 21.1% 줄었다. 뒤이어 대전시 -8.2%, 충청남도 -2.2%, 충청북도 -1.4% 순으로 지방세 징수 감소 폭을 보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납세정의신문>과의 통화에서 "경기 부침에 따른 지역경제 둔화가 부동산 거래 심리를 위축시킨 게 컸다"라며 "올 하반기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수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지방교부세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방세 수입마저 줄어들면 지자체들은 재정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방세 감소에 코너 몰린 지자체, '세목 확대'에 목소리
이런 가운데 각 지자체에서는 그간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던 반려동물 보유세를 비롯해 무자녀세, 폐기물 반입세, 친환경 자동차세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찬반 격론이 이어지고 있는 반려동물 보유세의 경우 애완견·애완묘 등 각종 반려동물을 보유한 세대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지자체가 재산세 등 다양한 형태로 징수할 수 있다. 가령 반려견 9만 마리가 신고된 지자체가 보유세 명목으로 한 마리 10만 원, 두 마리 15만 원씩 거둬들일 경우 약 1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자체 동물복지 예산 고정지출 등을 감안하더라도 많게는 절반 수준(50억 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
또 지자체 일각에서는 미출산 세대에 대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적 기혼자를 세대주로 두고 있는 2인 이상 세대에 대해 무자녀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 이는 인구절벽 완화를 위해서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세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다만 불임 또는 난임 부부나 저소득층 세대에 대해선 비과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시멘트 공장 밀집 지역인 충북 단양 등 6개 기초지자체에서는 최근 폐기물 반입세 도입이 화두에 올랐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생성되는 폐합성수지 등 폐기물에 대해 반입량에 따라 환경세를 물린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유나 휘발유 등 기성연료 차량이 아닌 가스·전기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해서도 주행거리에 따른 자동차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른바 '친환경차 주행거리세'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친환경차는 운행 단계에서 세금이 부과되지 않으며, 보유 단계에서 일반 친환경차는 10만 원, 영업용 친환경차는 2만 원의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강원도 산하 기초지자체 한 관계자는 "조세 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지자체들은 자체적인 세원 발굴이 제한된 상황인데, 국가 재정난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긴축 재정으로 세수 공백을 채우기엔 한계가 있다"라며 "지금같은 상황에선 세목 확대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방세 항목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특히나 논란의 소지가 큰 반려동물 보유세나 무자녀세는 국민들의 조세 저항만 부추길 뿐"이라며 "전국 240여 개 지자체를 통틀어 재정자립도 평균이 50% 수준에 불과하다. 증세에 앞서 지자체의 재정 운용 효율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