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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연탄가스’처럼 움직인다

박기동 대표이사/주필 | 기사입력 2023/11/01 [14:42]

민심은 ‘연탄가스’처럼 움직인다

박기동 대표이사/주필 | 입력 : 2023/11/01 [14:42]
                    연탄가스 민심

“그것은 바람이 아니라 연탄가스와 같이 스며들었습니다.”

1988년 4월 26일 제13대 총선. 노태우 대통령의 6공화국이 출범한 지 꼭 두 달만이었다. 집권 민정당은 예상과 달리 299석 중 125석(41%)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민정당은 4·26 총선 당일 아침까지도 의석을 지나치게 많이 확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드러난 판세와 실제 민의는 다르게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총선 10일 후 청와대. 노태우 대통령이 총선에서 진 민정당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만을 따로 불러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 한 위원장이 ‘연탄가스론’을 제기했다. ‘정권 심판론이 강한 바람으로 분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연탄가스처럼 서서히 유권자들 사이에 스며들었다.’

노 대통령이 그들을 위로했다. “승리는 부채입니다. 패배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입니다. 맑은 공기가 연탄가스 중독을 깨워 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연탄가스 해독은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정부가 추천한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 임명 동의안이 3金이 주도한 야당 반대로 부결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달 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가 정 후보 이후 35년 만에 처음 낙마했다. 22대 총선이 5개월 남았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를 계기로 용산 대통령실에 변화가 감지된다. 곧 대통령실 개편과 일부 개각이 있을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1일 중동순방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국민들의 절규를 듣는 현장행정’을 강조했다.

35년 전과 정국이 비슷하게 돌아간다. 민심은 ‘연탄가스’처럼 움직인다. 윤 대통령 말대로 정부가 ‘국민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연탄가스 중독사고’를 막을 수 있다. 절박하다. 민생, 그 이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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