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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新)과 함께] 면역부채

논설주간 박기동 | 기사입력 2023/06/01 [09:51]

[법의 신(新)과 함께] 면역부채

논설주간 박기동 | 입력 : 2023/06/01 [09:51]

우리 집 귀여운 막둥이가 요즘 들어 오랜만에 걸린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가벼운 감기인데도 감기 증상은 한 달이 넘도록 나을 듯 말 듯 하며 이어지고 있다. 내 눈에는 코로나 기간 마스크 덕분인지 한동안 잔병치레가 없었는데, 마스크를 벗자마자 그동안 앓지 않았던 감기를 한 번에 몰아서 앓는 것처럼 보인다. 밤마다 툭하면 고열이 나는 아이를 돌보다 잠을 설쳐 퀭한 눈으로 사무실을 들어오는 게 일상이 된 느낌이다. 그런데 소소한 감기가 낫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아이가 비단 우리 아이만은 아닌 것 같다. 소아과에 가면 아픈 아이들이 많아 대기 줄이 어찌나 긴지 오전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겨우 제 시간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요즘 이런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이 급증한 이유로 ‘면역부채(Immunity Debt)’라는 현상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보통의 세균들을 접하면서 이를 이겨내거나 조금은 아파 가며 면역력이라는 선물을 얻는다. 그리고 과거에 앓았던 병에 대해서는 항체를 신속하게 만들어 힘을 기른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착용과 세균을 박멸하는 손소독제의 사용으로 병균을 접해 가볍게 아파볼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가 사실상 종식되고 오랜만에 병균 손님을 만나자 더욱 반갑고 격렬하게 반응하여 몰아서 크고 오래 아프게 되는 것, 이게 바로 면역부채이다. 

 

활발했던 투자 움츠러들면서
우리 경제도 면역부채 겪는 중…
머지않아 코로나 그림자 지우고
건강하고 희망한 미래 맞을 수 있길
 

  

코로나가 남기고 간 면역부채는 비단 사람의 신체의 영역에만 머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코로나는 그 이전도 그 이후인 현재도 분명 격변의 시기인 것이다. 코로나 시기 해당 영업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 코로나 이후에는 코로나는 무사히 넘겼음에도 코로나 시기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도 많아 보인다. 특히 스타트업들의 경우 투자 유치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시기 공급망 충격 등을 이겨내기 위해 풀린 경기부양책과 저금리 정책 등은 코로나가 종식된 현재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의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오히려 활발했던 투자가 지금은 바짝 움츠러들었다. 우리 사회, 경제도 다 같이 면역부채를 겪고 있는 중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도 빛나는 존재들은 늘 있는 법이다. 특히 필자가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 분야에서는 M&A(인수·합병)를 통해 규모를 키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를 통해 한층 발전한 게임 산업, 영상물, 음악, 웹툰이나 웹소설 등 각종 창작물 산업은 이제 더욱 그 사업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M&A(인수·합병)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인수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과 변화가 기대된다.

 
지금처럼 사회 경제적 면역부채의 시기에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 콘텐츠 분야가 그 사업 영역을 글로벌하게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그 본원적 경쟁력은 결국 무형적 권리인 양질의 지식재산권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의 위축된 투자 시장에서도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탄탄한 자산과 시스템을 구축한 관련 기업의 경우 독보적인 투자 성적을 내고 있다고 한다. 결국 미래 사회로 갈수록 지식재산권이 더욱 강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격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매일을 삶의 전투에서 힘겹게 이겨내고 있는 모든 분들, 기업들은, 이 시기의 경험 역시 진득한 자산으로 쌓일 것이라 생각한다. 머지않아 코로나의 그림자를 지우고 모두 건강하고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정현 변호사(법무법인 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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