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잘못된 조언으로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행정청의 잘못으로 볼 수 없다”
논설주간 박기동 | 입력 : 2023/06/19 [16:41]
세무사 잘못된 조언으로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행정청의 잘못으로 볼 수 없다”
세무사의 잘못된 조언으로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신청을 했더라도 그 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대사업자 본인이 말소를 신청할 당시 스스로 이익과 불이익을 비교했을 것이기 때문에 해당 말소 처분을 행정청의 잘못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3월 30일 A 씨가 서울특별시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임대사업자 등록말소처분 무효확인 소송(2022구합63171)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2020년 2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8개호에 관해 장기일반 민간임대주택(건설)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 7개월 가량 후 A 씨는 세무사의 조언을 통해 강남구청에 해당 주택에 관해 '8세대 임대 미개시'를 이유로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는 세무사의 잘못된 조언이었다. 이를 깨달은 A 씨는 곧장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한 강남구청의 처분 무효를 확인해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심판 청구가 기각되자 A 씨는 소송을 냈다.
A 씨는 "구 민간임대주택법 제6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할 수 있는 요건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한 강남구청의 처분은 그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해 하자가 중대·명백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는 수익적 행정행위의 철회에 해당하므로, 구 민간임대주택법에서 정한 말소사유나 별다른 법령상 근거가 없더라도 사정 변경이 생겼고 당사자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구 민간임대주택법령은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와 관련해 '임대사업자의 경제적 사정'을 하나의 말소 사유로 들고 있는데, A 씨는 임대사업자등록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했음에도 임대차를 개시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사정에 더해 A 씨가 스스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해달라고 신청까지 했기 때문에 강남구청이 A 씨의 객관적 사정과 주관적 사정을 종합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할 사정변경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A 씨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해달라고 신청할 당시 스스로 이익과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신청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세무사의 잘못된 조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행정청인 강남구청의 잘못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A 씨의 신청대로 처분이 이뤄졌다면 그로 인해 침해될 A 씨의 기득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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