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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은 마음이 주재하고 마음은 경이 주재하는 것이니 경은 바로 삶이고 생명이다

논설주간 박기동 | 기사입력 2023/07/14 [14:07]

일신은 마음이 주재하고 마음은 경이 주재하는 것이니 경은 바로 삶이고 생명이다

논설주간 박기동 | 입력 : 2023/07/14 [14:07]

♥퇴계선생 성학십도 (退溪先生 聖學十圖)♥

경제잠(敬齋箴)

퇴계 이황 선생이 성리학의 요체를 도식화한 한지 목판 인출

[성학십도(聖學十圖)] 10곡 병풍으로 후면에는 인쇄본 묵화 8폭이 있으며 보존 상태 상당히 양호하다.

<크기> 각36×98cm

경(敬)은 삶이며 생명이다.

움직일 때나 머무를 때나 본성을

보존하고 마음을 살피는데 어긋나지 않으면,

겉모습과 속마음은 서로를 바르게 하리라.

한 곳에 집중하되 집착하지 않으며 일체를

살피되 산란하지 않으면 이것이 경(敬)으로 삶이 되나니라.

순간의 방심에도 사욕은 치성하여 고통이 따르고

호리의 어긋남에도 조화는 깨여져 재앙이 오리라.

일신은 마음이 주재하고 마음은 경이

주재하는 것이니 경은 바로 삶

이고 생명이다.

경(敬)을 기반으로 하는 일상의 삶을

우리는 “敬 공부를 한다”라고 말한다.

성학십도의 경제 잠도 이 십계명을 표준으로

경공부의 지침으로 삼아 그 뜻을 음미하면서 읽어 보기로 하자.

 

경제잠(敬齋箴) 읽기

1,

정기의관(正其衣冠) 하고/ 마음과 몸을 단정히 하여 체모를 갖추며

존기첨시(尊其瞻視) 하라/ 나의 어머니인 모든 존재를 존경하라

잠심이거(潛心以居) 하면 / 모든 생각을 그치고 마음이 고요히 머물면

대월상제(對越上帝) 리라/ 하느님을 마주하여 하느님과 하나가 되리라

2,

족용필중(足容必重) 하고 / 신중히 걸으면서 발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수용필공(手容必恭) 하라/ 손놀림도 공손히 하며 그 모습을 살피라

택지이도(擇地而蹈) 하며 / 땅을 밟을 때는 밟은 곳을 알고 밟으며

절선의봉(折旋蟻封)이니라/개미집을 돌아가듯 신중히 살피고 걸으라

3,

출문여빈(出門如賓) 하고 / 집을 나가 만나는 이 마다 손님 대하듯 하고

승사여제(承事如祭)하며/ 하는 일 마다 제사 모시듯 정성을 다 하며

전전긍긍(戰戰兢兢)하야/ 모든 것의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여

망감혹이(罔敢或易)니라/ 혹시 어느 것 하나에도 방심하지 말라

4,

수구여병(守口如甁)하고 / 때로 침묵하여 내면을 빠짐없이 살피고

방의여성(防意如城)하며/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토록 성문 지키듯 하라

동동촉촉(洞洞矚矚)하야/ 정신을 또렸이 하고 정성을 다하여 살펴서

망감혹경(罔敢或輕)이니라/혹시 어느것 하나에라도 가벼이 하지 말라

5,

부동이서(不東以西)하고 / 동으로 해야 할 것을 서로 하지 말고

불남이북(不南以北)하며/ 남으로 해야 할 것을 북으로 하지 말며

당사이존(當事而存)하야/ 하는 일에 정신을 모아 그 마음을 살펴서

미타기적(미타기적)이니라/ 산란한 마음으로 흐트러지지 말라

6,

불이이이(弗貳以二)하며 / 두 가지 일에도 두 마음으로 하지 말며

불삼이삼(弗參以三)하라/ 세 가지 일에도 세마음으로 하지 말며

유심유일(惟心惟一)하면 / 잡념 없이 오직 한 마음으로 순수해지면

만변시감(萬變是監)이니라/ 내 마음의 온갖 변화 거울 같이 비칠 것이다

7,

종사어사(從事於斯)를 / 이와 같이 마음이 순수의식으로 하나가 되면

시일지경(是日持敬)이니 / 이것이 바로 敬을 실천하는 것이 니라

동정불위(動靜弗違)하면 / 동과 정의 모든 생활에서 어긋나지 않으면

표리교정(表裏交正)이니라 / 겉모습과 속마음은 서로를 바르게 하리라

8,

수유유간(須臾有間)하면 / 잠시라도 마음과 몸을 살피는데 틈이 생기면

사욕만단(私欲萬端)이니 / 온갖 사사로운 욕심이 어지럽게 치솟아 올라

불화이열(不火而熱)하고 / 불을 만나지 않아도 뜨거워 괴로울 것이고

불빙이한(不氷而寒)이니라 / 얼음 속이 아니라도 추위를 면하지 못하리라

9,

호리유차(毫釐有差)하면 / 조금이라도 마음을 살피는데 어긋나면

천양역처(天壤易處)하고 / 하늘과 땅은 서로 바뀌며 재앙이 일어나고

삼강기륜(三綱旣淪)하며 / 인간 사회의 질서도 혼란에 빠질 것이며

구법역두(九法亦斁)니라 / 이 세상 온갖 것이 허물어져 망하리라

10,

오호소자(於乎小子)아 / 아 ! 마음이 어리고 배움 길에 있는 사람들아

념재경재(念哉敬哉)어다 / 깊이깊이 생각하여 경에서 떠나지 말라

묵경사계(墨卿司戒)하니 / 이렇게 글로 적어 경계하여 당부하니

감고영대(敢告靈臺)하노라 / 그대들의 마음에 새겨 더욱 힘쓰고 닦으라.


 

퇴계선생은 경(敬)으로 평생을 사셨으며

경이 성학의 시작이며 끝이라고 하였다.

성학십도는 한마디로 말하면 경(敬)이다.

그러나 경은 학문이 아니다.

관렴적인 지식체계도 아니다.

경은 순간순간의 삶이다.

순간순간의 삶에서 발현되는 지상의식(至上意識)이다.

나의 실존을 찾는 삶 그 자체이다.

인간으로서 품위있게 살아가는 정성스러운 모습이다.

경(敬)은 삶의 도(道)다.

한 순간도 경에서 떠나지 않는 삶은 온전한 삶이며 행복으로 충만 된 삶이다.

경은 유학의 전통을 잇는 근원이다.

유학의 공부 방법은 두 가지다.

내 마음의 본질을 보존하는 미발지공부(未發之工夫)가 그 하나이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 현상을 알아차리는 기발지공부(己發之工夫)가 또 그 하나이다.

전자는 중용에서 말하는 계신(戒愼)과 공구(恐懼)의 공부이다.

후자는 신기독(愼其獨) 공부다.

다시 말하면 전자는 심의 체를 보존하는 이른바 존심(存心)이고,

후자는 심(心)의 용(用)을 알아차리고 살피는 성찰을 주축으로 한다.

후대에 이르러 이 두 가지 공부는 하나로 합쳐져서 “경(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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