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증가에 미혼 40대 크게 늘어 ‘급증’ 서울 영등포구의 한 낡은 원룸에 사는 송모씨(52)는 올해 추석도 별다른 계획이 없다. 십여 년 전 중간 규모 슈퍼마켓와 식당을 연이어 실패하고 부인과 이혼까지 한 뒤,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동생이 가끔 반찬 등을 가져다 주지만 명절 때는 여동생이 시댁을 챙겨야해 만나기가 어렵다. 건설 일용직을 전전하는 터라 여행 등을 생각할 형편도 아니다. 송씨는 "요즘 건설 경기가 너무 안좋아 일감이 없어 공치는 날이 많다"며 "곧 (일이 주는) 겨울이 오는 데 추석 때 할 수 있는 일자리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씨의 집에는 먹고 남은 사발면 포장용기와 소주 병이 구석에 쌓여있었다. 추석이 남 이야기나 다름 없는 40~50대 ‘독거중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17년 40~50대(만 40~59세) 1인 가구는 181만1000호로 이 연령대(가구주 기준) 전체 가구(913만9000호) 중 19.8%에 달했다. 가구주가 40~50대인 가구 다섯 곳 중 한 곳이 1인 가구인 셈이다. ◇ 1인 가구 40대 56.3%는 ‘미혼’...50대 38.4%는 ‘이혼’ 40~50대 1인 가구는 2005년 84만호에 그쳤지만 2010년 121만9000호, 2015년 172만7000호, 2017년 181만1000호로 가파르게 늘었다. 12년만에 2.2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 연령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2005년 11.4%에서 2017년 19.8%로 뛰었다. 이는 60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와 비교해도 높은 증가세다. 60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는 2005년 84만6000호에서 2017년 144만9000호로 늘었다. 하지만 이 연령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23.7%에서 24.5%로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독거노인의 비중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독거중년 가구는 급속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40~50대 1인 가구가 급증한 원인은 중장년층 이혼과 미혼인 40대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여봉 강남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1인 가구의 현황과 정책과제’ 논문에 따르면 50대 1인 가구 가운데 38.4%는 부인과 이혼, 15.8%는 사별한 것으로 조사됐다. 22.0%는 미혼이었다. 40대 1인 가구의 경우 56.3%가 미혼이었다. 이혼은 23.3%, 사별은 1.9%였다. 50대는 이혼으로, 40대는 결혼을 하지 못해 1인 가구가 된 사람이 많은 것이다. ◇ 소득·자산 평균 대비 절반 수준…일용·단순노무직 비율 높아
이들은 경제적으로 배우자, 자녀와 함께 사는 사람들보다 소득이 낮았다.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자료에서 40~50대 1인 가구만 따로 추려내 구한 평균 소득(2016년 기준)은 연 261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소득 501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분위(하위 21~40%) 평균 소득 2460만원에 가깝다. 40~50대 1인가구 자산(2017년 3월 기준)도 1억5700만원으로 평균(3억1100만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소득 분포 하위 40%에 해당되는 저소득층이 많은 것도 40~50대 1인 가구의 특징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소득 1분위(최하위 20%)에 해당되는 비율은 38.4%, 2분위(하위 21~40%)는 34.6%에 달했다. 중년 1인 가구의 73.0%가 소득 하위 계층에 속한 것이다. 4분위(상위 21~40%)는 8.2%, 5분위(상위 20%)는 3.2%에 불과했다. 보유 자산도 1~2분위에 해당되는 비율이 71.1%에 달했다. 처음부터 소득이 낮아 자산을 모으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40~50대 1인가구 소득이 낮은 것은 임시직이나 일용직, 단순노무직 등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아예 일자리를 찾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도 많다. 강은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이 2014년도 복지패널 자료를 이용해 40~64세 1인 가구 직업, 직종을 분석한 결과, 임시·일용직은 29.9%로 같은 연령대 2인 이상 가구(22.8%)보다 7.1%포인트 높았다. 비경제활동 인구 비율도 33.5%로 2인 이상 가구(22.0%)보다 11.5%포인트 많았다. 1인 가구의 단순노무 종사자 비율은 34.7%로 2인 이상 가구(15.8%)보다 18.9%포인트 높았다.
◇고독사 최대 위험군…우울증 비율은 3배 40~50대 1인 가구, 특히 혼자 사는 50대 남성은 고독사 최대 위험군으로 꼽힌다. 지난 2016년 김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공개한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무연고 사망자 1245명 가운데 50대가 368명(29.7%)으로 가장 많았고 40대도 172명(13.7%)에 달했다.
특히 50대 남성(232명)이 전체 고독사의 26.6%를 차지했다. 40~50대 남성을 합치면 38.7%(483명)에 달한다. 지난해 부산시가 발간한 ‘부산지역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종합정책연구’는 50대 저소득 1인 가구에 대해서 "50대를 중심으로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남녀, 특히 남성은 소득이 낮고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중 다수는 ‘장년 고독사 예비군’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정신건강도 위험한 수준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50~64세 1인 가구의 우울증 의심 비율은 27.2%로 같은 연령대 2인 이상 가구(8.8%)의 3배, 자살 생각은 13.9%로 2인 이상 가구(3.0%)의 4.6배였다.
이여봉 교수는 "중년 1인 가구는 20~30대에 IMF 위기를 겪고 이후 불황기에 중년기를 맞으며 주류 사회로부터 탈락한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라 소득은 물론 정신적, 신체적 건강까지 취약한 계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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