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로부터 성명서를 받고 있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재벌 배제·ICT 주력 예외' 시행령에 담기로...20일 국회 본회의 상정 예정]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여당 내 반대자들의 우려를 시행령에 담는 형식을 통해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특례법 본법에는 야당이 주장하는 '모든 산업자본에 개방'한다는 내용을 넣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반대자들이 요구하는 '대기업 배제'는 시행령에 담는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오는 20일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논란이 돼온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범위는 본법에서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은 당초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감안해 '개인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집단'은 배제하되 'ICT(정보통신기업) 자산비중 50% 이상인 경우는 허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상호출자제한집단 배제로 삼성과 LG 등 소위 대기업의 진입을 차단하고 'ICT 주력 예외' 조치로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 중인 KT(케이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를 구제하는 방안이었다.

이에대해 야당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법에 업종에 따른 규제를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모든 산업자본에 허용'해야 한다고 맞서 왔다. 여야는 수차례의 협상 끝에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를 모든 산업자본에 허용하되 구체적인 심사기준은 경제력 집중 억제와 정보통신업 자산비중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절충안을 마련했고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를 추인했다. 결국 당초 안과 내용은 동일하되 본법에 담기로 했던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형식만 달라진 셈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시행령 위임'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이날 국회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민주당 의원총회장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함으로써 향후 정권에 따라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등 은산분리 원칙을 전면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시행령은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개정할 수 있는 만큼 대기업의 진입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본법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에 대한 영향'을 감안하도록 규정한 만큼 정부가 본법의 취지를 넘어서 시행령을 마음대로 개정할 수 없다는게 여당 지도부와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표현은 공정거래법에만 존재한다"며 "결국 이 조항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시행령에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집단 개념을 끌어와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이 우려하는 삼성, LG, 현대차 등의 대기업은 모두 상호출자제한집단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는 대기업 신용공여 금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및 대주주 지분 취득 금지, 동일 차주 신용공여 한도 제한 등 은행법보다 강한 행위 규제도 포함됐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19일 정무위원회를 거쳐 20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 1호로 제시했던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입법이 완료된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