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의 관할은 속지주의, 속인주의에 따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국적에 또는 범죄가 저질러진 나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타국에 사법 공조를 요청하거나, 인터폴에 수배를 하기도 하지만 사법공조를 하는 국가 또는 인터폴이 관할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체포 또는 신병인도를 위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전쟁범죄의 관할은 어떨까?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전범들은 런던헌장에 의해 설치된 국제군사재판소(International Military Tribunal)에서 재판을 받았다. 현재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전쟁범죄의 관할이 있다. 다만, 국제형사재판소조약(International Criminal Court Treaty)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러시아와 같이 가입을 철회한 나라에 대하여는 국제형사재판소가 관할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하여 미국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지난 1월 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률이 된 “전쟁범죄 피해자를 위한 정의 법률(Justice for Victim of War Crime Act)”은 국제군사재판소가 아닌 미국의 법원이, 피해자 또는 가해자의 국적과 범죄가 발생한 장소에 상관없이 관할을 가지는 것을 규정하고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2022년 5월경 미국의 국회에서 최초 발의된 “전쟁범죄 피해자를 위한 정의 법률”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란스키가 미국 국회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미국의 양당의 찬성을 얻어 법률로 제정되었다.

해당 법률은 관할에 대하여 크게 3가지로 규정하는데, (1) 범죄의 일부 또는 전부가 미국에서 발생한 경우, (2)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미국시민권자이거나, 영주권자인 경우 또는 미군인 경우(3) 피해자 또는 가해자의 국적과 범죄가 발생한 장소에 상관없이 가해자가 미국에 현재한 경우 미국 법원이 관할권을 가진다. 즉, 만약 우크라이나에서 우크라이나인을 대상으로 전쟁범죄를 저지른 러시아인이 미국에 입국한다면 미국의 법원은 그 러시아인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로 미국 법원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국적과 범죄가 발생한 장소에 상관없이 가해자에 대하여 재판을 하게 될까?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있으나, 실제로 미국 법원이 전범에 대한 재판을 하게 되는 일은 적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국제형사재판소조약의 가입국이 아닌 국가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의 경우 미국이 타국에서 벌어진 범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법원에 소추하는 단계에서부터 벽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해당 법률은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가 외국의 법원 또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소추되도록 미국이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본다.

실제로 전범에 대한 재판을 미국 법원에서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하여도 해당 법률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는 대단하다. 미국 및 미국의 국민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전범이 미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은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자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도 타국, 나아가 전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전쟁범죄의 재판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쟁범죄 피해자를 위한 정의 법률은 침략전쟁을 금지하는 유엔 헌장에 따라 전쟁범죄에 대한 전 세계적 관할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실마리를 제시하여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다현 소령(미국 버지니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