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분산 기업 ‘포스코’, 사외이사 선임두고 ‘물려주기’ 논란
편집국 | 입력 : 2023/04/13 [19:23]
포스코그룹에서 사외이사 '세습' 논란이 일고 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강한 소유분산기업에선 지분이 없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 홀딩스는 지난달 17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이번 선임안으로 임기를 마친 장승화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물러나고, 김준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가 새 사외이사로 교체됐다.
논란은 퇴임을 앞둔 장 교수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면서 불거졌다. 포스코는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독립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자문단으로부터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고, 1,2,3 순위 후보를 추려 선임안을 주총에 올리는 방식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자문단도 사외이사들이 직접 구성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실상 견제할 장치가 없는 셈. 퇴임을 앞둔 사외이사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두고, 자신의 후임을 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장 교수와 함께 아랍에미리트대사관 대사를 지낸 권태균 사외이사와 전 LG화학 CTO인 유진녕 사외이사가 참여했다. 장 교수와 김준기 교수는 국제중재실무회에서 각각 초대회장과 7대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회사 측이 선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사회이사추천위원회 의지가 관철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 포스코 관계자는 "경영진과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인데, 전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검증됐다는 것"이라며 "소유분산 기업에서는 CEO의 셀프추천, 셀프선임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사외이사의 자율성을 강화시키다보니 오히려 이사회에 대한 견제를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된 이후에는 포스코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임기 종료를 앞둔 이사들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온 전례가 있다"며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으로 자문단에 직접 접촉하거나 추천하는 일도 없었고 자문단도 이전에 퇴임하신 이사님들이 꾸리신 분들이 대다수여서 잘 모른다. 1순위 후보는 추천위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와 함께 있었다는 국제중재실무회는 초대 회장을 지낸 이후 거의 나간 적도 없고 김 교수가 회장으로 선출될 때 이사회 등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납세정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