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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철칙

박기동 사장/주필 | 기사입력 2023/07/17 [11:20]

정치의 철칙

박기동 사장/주필 | 입력 : 2023/07/17 [11:20]

 

정권을 쟁취하려는 욕망과 정권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충돌하는 현장이 바로 정치다.

독일의 헌법학자였던 ‘칼 슈미트’(Carl Schmitt)는 저서 ‘정치적인 것의 개념’에서 ‘정치적인 것’의 본질을 ‘적과 동지 구별’이라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충돌 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적과 동지 구별 작업이 정치의 원초적 본능이 됐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우리 정치권이 적과 동지 구별이란 통과의례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야당의 감별작업은 거의 내전양상이다.

민주당이 최근 오픈한 당원 커뮤니티 ‘블루 웨이브’에 선혈이 낭자하다. 미국 민주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를 싹쓸이할 때 쓰는 용어를 차용한 이 커뮤니티가 ‘블루’가 아닌 ‘레드 웨이브’로 물들고 있다. ‘친명’의 ‘친낙(이낙연)’ 융단폭격이다.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한 지난 대선 경선 앙금이다. 또 이 대표 대체재 등장에 대한 거부 반응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친명계’ 유튜브 방송들은 더 심각하다. 이 전 총리를 향해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공적으로 내몰고 있다.

또 김은경 혁신위 1호 혁신안인 ‘불체포 특권 포기’에서 ‘친명 대 비명’ 구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의결 호소’를 친명계가 뿌리치고 이 대표 결사옹위에 나섰다. 이에 비명계 의원 31명이 특권 포기에 전격 서명하며 친명과 대척점을 형성했다. 적을 자임한 모양새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 계열의 장외 공세가 비등점에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지보다 적으로 규정하고 솎아내는 작업이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은 그동안 총선 공천무대를 적과 동지 ‘선별장’으로 삼아왔다. 적과 고난은 함께할 수 있지만 잔칫상 앞에서는 갈라지기 마련이다. 그게 정치의 변치 않는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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