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에 나오는 ‘달빛에서도 향기가 나더라’다.
박기동 대표이사 /주필 | 입력 : 2023/08/01 [23:02]
♥달빛 목욕하기 좋은 날♥
“초복을 고비로 장마가 개더니 밤으로는
달빛이 하도 좋아 쉬이 잠들 수 없다.
앞산 마루 소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달은 더없이 정다운 얼굴이다.”
법정 스님 수필집 ‘오두막 편지’에
나오는 ‘달빛에서도 향기가 나더라’다.
홀로 산중 토굴생활을 한 스님은
이즈음의 달을 무척 좋아한 듯하다.
‘달빛을 베고 누워 중천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본다.
달도 나를 내려다본다.
아 달빛에서도 향기가 난다.
요즘 같은 달빛은
일 년 열두 달을 두고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밝기로 말한다면 여름 달보다
가을 달이 한층 더하지만
가을 달은 여름 달 만큼 푸근하지가 않다.
그리고 가을 달은 차고 쓸쓸하다.’
달빛 품평은 세상사
관심을 끊은 산중인의 특권이다.
전깃줄에 걸린 달을 차 안에서
설핏 보는 도시인에게
‘앞산 마루 소나무 사이 달’은 ‘박제된 기억’일 뿐이다.
달은 원래 그리움이었다.
옛 선비들은 달빛이 좋으면
친구를 찾아 무작정 밤길을 나서기도 했다.
친구가 출타해 만나지
못하고 10리를 헛걸음해도 그만이다.
달빛이 동무 해주었기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은 둥근 달이
휘영청 밝은 날 배를 타고 달마중 나갔다.
강물에 비친 투명한 달.
그는 달을 건지려고 몸을 던졌다.
잠시 이지러졌던 달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원래 모습을 수습했지만,
이태백은 종적 없이 사라졌다.
달을 따러 기어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다.
“동산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맞이하는 날 나는 마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둥근 달을 맑은
마음으로 마중하기 위해서다.
”법정스님이 보름달 중
최고로 꼽은 음력 유월 보름이다.
밤하늘을 보자.
세상사 어지럽고 힘겨워도 고개를 들자.
‘푸근한 달’이 구름으로 얼굴을 씻고 기다린다.
노승을 잠 못 들게 한
그 보름달로 달빛 목욕하기 좋은 날이다.
달빛은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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